ㆍ해운대 노리는 차이나머니
ㆍ23년만의 무죄..강기훈 이야기
[해운대 노리는 차이나머니]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부산 해운대는 해마다 수백만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다. 그런데 최근 해운대 주변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바로 해운대 백사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공사 때문이다.
2018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해운대관광리조트 사업은 해운대 일대를 국제적인 관광 휴양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공사규모는 약 3조원이며, 이곳엔 레지던스 호텔이 포함된 101층 규모의 랜드마크 타워와 84층 규모의 아파트 두 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 대규모 사업의 총 책임은 국내 시공사가 아닌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라는 중국회사가 맡고 있다.
“다들 해운대관광리조트 사업은 무마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거기에 중국을 끌어들인 거죠”
사실 해운대관광리조트 건설은 지난 몇 년간 지속돼 온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국내 건설사 어느 곳도 선뜻 나서지 않아 그대로 방치됐던 사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건설업체가 해운대관광리조트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처음에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해운대관광리조트 한 곳에만 적용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부산시는 중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해운대관광리조트를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 대상으로 지정받는데 성공했고, 중심지미관지구에 아파트 건설을 허용하거나 해수욕장 주변 건물의 고도제한을 풀어주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이렇듯 부산시는 왜 해운대관광리조트 건설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까?
“우리하고 관계없는 부자들, 중국인들에게만
혜택을 누리게 해주는 결과가 나오는 거죠”
중국자본이 유입되면서 해운대가 소수 부자들을 위한 도시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해운대 일대의 교통대란 문제와 초고층 건물로 인한 해운대 백사장 모래 유실 가능성까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자본을 앞세운 해운대관광리조트 공사는 현재진행 중이다.
과연 해운대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 주 [현장21]에서 집중 취재 해본다.
[23년만의 무죄..강기훈 이야기]
23년 만에 받은 판결문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자살 방조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무죄 판결문을 받아든 남자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그는 199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서대필’ 사건의 주인공 강기훈이었다.
그가 아무리 아니라고 외쳐도 묵묵부답이었던 사법부는 23년 만에 사건의 진실에 귀를 열었다. 재심 재판부는 강 씨에게 유서 대필자라는 낙인을 찍었던 당시 재판의 증거가 대부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스물아홉 살 청년이었던 강 씨는 동료의 유서를 써주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다는 자살 방조자라는 손가락질을 20년 넘게 받으며 살아 왔다.
강 씨는 판결 이후 단 하나의 바람이 있다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자신에게 유죄를 내렸던 수사, 재판 관계자들이 유감의 표시라도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현재 강기훈 씨는 간암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다. 그는 취재진에게 이 모든 걸 잊고 하루라도 빨리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끝까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재심 판결 1주일 만에 대법원에 상고를 결정했다. 무죄 선고의 기쁨도 잠시. 그는 또 언제 내려질지 모르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지난 세월의 고통을 곱씹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현장21]은 무죄 판결 그 후에도 끝나지 않은 유서대필 사건의 논란을 취재했다.